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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우빈
작성일 2018-07-01 (일) 19:08
ㆍ추천: 0  ㆍ조회: 231   
‘남성 호르몬’ 냄새 풍기는 ‘밤꽃 향기’에는 어떤 성분이…

‘남성 호르몬’ 냄새 풍기는 ‘밤꽃 향기’에는 어떤 성분이…



집에서 도보로 7~8분 거리에 등산로입구가 있다 보니 기자는 자주 앞산을 찾는데 계절에 따라 변하는 풍경이 늘 새롭다. 개인적으로 일 년 중에서도 가장 좋을 때는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는 5월이다. 산길을 걷다가 풍겨오는 아카시아꽃 향기의 강렬한 달콤함을 깊이 들이마시면 어린 시절 아카시아꽃을 따먹던 추억이 떠오른다.




아카시아꽃이 지는 걸 아쉬워할 무렵 산에는 또 다른 꽃이 배턴을 이어받는다. 바로 밤꽃이다. 그런데 밤꽃의 향기는 향기라고 말하기도 뭐하다. 비릿하면서도 뭔가가 연상되는 냄새다. 그러면서도 내색은 못하고 (특히 주변에 여성이 있을 경우) 냄새가 진동하는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밤꽃과 정액의 공통점




물론 기자의 후각이 특이해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밤꽃이 필 무렵이면 부녀자들이 외출을 삼갔다고 한다. 과부들은 이때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밤꽃 향기가 정액 냄새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향기로워야 할 꽃에서 정액 냄새라니….




놀랍게도 (사실 당연하게도) 그 이유는 밤꽃 향기의 성분이 정액 냄새의 성분과 같기 때문이다. 스퍼미딘(spermidine)과 스퍼민(spermine)이라는 분자가 그 주인공. 스퍼미딘과 스퍼민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sperm은 정액, 정자란 뜻이다) 이들 분자는 동물의 정액에서 처음 발견됐다. 사실 정액의 냄새에는 이 두 물질 말고도 푸트레신(putrescine)과 카다베린(cadaverine)이라는 분자가 기여하는데 이들의 냄새는 좀 더 고약하다.




이 네 분자는 모두 질소를 포함한 아민계열 화합물로 휘발성이 있다. 아민류들은 대체로 냄새가 고약한데 생선 비린내도 아민류 화합물 때문이다. 아민류는 수용액에서 알칼리성을 띤다. 그렇다면 정액에는 왜 이들 분자가 들어있을까.




여성의 질 내부 환경은 젖산 때문에 산성이다. 만일 정액이 그냥 물속에 정자가 들어있는 상태라면 질 속에 사정되고 얼마 못가 정자들은 산성을 못 견뎌 죽을 것이다. 그런데 정액에 이들 아민류가 들어있기 때문에 산성을 중화시킨다. 결국 이 분자들은 정액속의 정자를 보호하는 완충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밤꽃은 왜 이런 물질을 꽃향기로 택했을까. 스퍼미딘과 스퍼민이 벌들을 유인하는 걸까(일벌은 암컷이긴 한데 생식력이 없다). 여기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밤꽃 말고도 정액 냄새를 내는 꽃이 몇 가지 더 알려져 있다. 또 버섯 가운데서도 정액 냄새가 나는 종류가 꽤 있다고 한다.




폴리아민의 생합성 경로. 질소(N)가 포함된 아민기가 2개 이상 있는 분자인 폴리아민은 아미노산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이들 분자 가운데 스퍼미딘이 전형적인 정액 냄새이고 푸트레신과 카다베린의 냄새는 좀 더 고약하다.




●노화 억제하고 DNA 보호해




사실 이 네 가지 분자는 거의 모든 생물에서 발견된다. 진화상으로 초기 생명체부터 갖고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생체 내에서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분자들은 아민류 가운데서도 폴리아민(polyamine)으로 분류되는데 한 분자에 아민기(-NH2, -NH-)가 두 개 이상 있기 때문이다(접두어 poly가 붙은 이유다).




넷 가운데 셋은 서로 밀접히 관련돼 있다. 아미노산인 아르지닌에서 푸트레신이 만들어지고 푸트레신에서 스퍼미딘이, 스퍼미딘에서 스퍼민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카다베린은 아미노산 라이신에서 만들어진다.




생체 내에서 폴리아민의 역할은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지만 세포가 폴리아민을 만들지 못하게 조작하면 세포성장이 멈추는 걸로 봐서 꽤 중요한 분자들임은 분명하다. 이때 외부에서 폴리아민을 넣어주면 다시 성장이 시작된다. 수용액에서 폴리아민은 양이온이 되기 때문에(질소에 수소이온이 달라붙음) 표면이 음이온인 핵산(DNA와 RNA)에 쉽게 결합한다. 따라서 폴리아민이 세포 내에서 핵산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함을 짐작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세포 내의 스퍼미딘 농도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고 한다. 2009년 유럽의 연구자들은 다양한 실험동물(효모, 초파리, 예쁜꼬마선충)과 사람의 면역세포에 스퍼미딘을 공급해주자 수명이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해 과학저널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스퍼미딘이 노화의 원인인 산화스트레스를 감소시켰기 때문이라는 것.




그렇다면 밤꽃의 향기를 피할 게 아니라 오히려 은근히 즐겨야할까. 혹 벌들은 밤꽃 향기를 맡고 밤꽃의 화밀(花蜜)을 젊음의 샘으로 생각하고 찾아가는 걸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벌들은 다른 꽃이 많이 피어있으면 밤꽃을 잘 찾지 않기 때문이다.




꽃도 그렇지만 꿀도 아카시아꿀이 밤꿀보다는 빛깔도 곱고 맛과 향도 뛰어나다. 밤꿀은 겉모습이 시커멓고 향도 그다지 좋지는 않은데다 씁쓸한 뒷맛이 있다. 그럼에도 전통적으로 밤꿀은 소화기와 호흡기에 좋은 약으로 쓰여 왔다.




지난 2007년 ‘한국양봉학회지’에는 ‘우리나라 밤꿀의 항산화와 항균 활성’이란 제목의 논문이 실렸는데 이에 따르면 밤꿀의 항산화 활성은 아카시아꿀의 서너 배라고 한다. 밤꿀에 스퍼미딘이 얼마나 들어있을지는 모르겠지만(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효과를 내는데 어느 정도 기여하지는 않을까.

그동안 꿀 하면 아카시아꿀만 생각했는데 이참에 밤꿀도 좀 먹어봐야겠다. - DAUM에서 우수시인이란 분의 답글

   
이름아이콘 청노루
2020-02-07 20:48
회원캐릭터
유황마늘을 껍질까서 찐다음~ 으깨서 밤꿀에 섞은 꿀마늘을 빵에 쨈 대용으로 먹으면 요긴한 한끼 식사가 된답니다.
물론 1ts씩 드셔도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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