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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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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맛 예찬

신맛 예찬 

 

 

 

발효의 끝, 식초
술을 상온에 보관하다가 공기와 접촉시키면 술 안의 초산균이 초산발효를 일으킨다. 이때 초산균의 배설물이 신맛을 내는데 이것을 ‘식초’라고 한다. 식초는 알코올이 발효를 일으켜 더 이상 발효할 수 없는 상태의 것을 말한다. 발효의 끝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식품 저장법이라 할 수 있다. 식초의 역사를 살펴보면 중국에서는 술의 역사와 비슷한 약 4000~5000년 전부터 식초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문헌상으로는 2500여 년 전 북쪽 지방에서는 수수로, 남쪽 지방에서는 찹쌀과 멥쌀로 식초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하게 언제부터 식초를 썼는지 알 수 없지만 <지봉유설>에서 “초를 다른 말로 쓴술이라 한다”는 기록으로 보아 중국과 마찬가지로 주류의 발달과 함께 비롯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경북 예천군 ‘초산정’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식초를 만들고 있다. 한상준 대표는 “식초는 술에서 시작됩니다. 술이 잘 쉬면 식초가 되는 것이지요. 옛날 할머니들은 식초를 슈퍼에서 사지 않고 만들어 요리에 사용했어요. 막걸리를 따뜻한 부뚜막에 올려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시큼한 식초로 변하지요. 초산균이 막걸리의 알코올을 산화해 식초가 되는 것입니다. 신맛이 난다고 해서 다 식초는 아닙니다. 부패한 음식에서 신맛을 내게 하는 부패균이나 젖산균이 아닌, 초산균이 번식해 발효해야만 건강한 식초를 만들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서양의 경우 가장 오래된 식초에 대한 기록은 ‘구약성서’다. 식초는 영어로 비니거(vinegar)라고 표기하는데 ‘와인(wine)’을 뜻하는 라틴어의 ‘비눔(vinum)’이라는 말과 신맛을 뜻하는 ‘에이서(acer)’가 결합하여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따뜻한 지방에서는 포도주를 보관해두고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식초가 발달했으며, 대표적인 식초인 발사믹은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고 있다. 

 

 

 

노벨상 받은 식초의 위력
식초는 노벨상과도 인연이 많다. 제1차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핀란드 바르타네 박사는 1945년 우리가 먹는 음식물이 소화 흡수되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원동력이 식초의 초산 성분임을 최초로 발견했다. 제2차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크레브스 박사와 미국의 리프먼 박사는 1953년 식초를 마시면 2시간 이내에 피로가 가시고 탁한 소변도 맑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제3차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브롯호 박사와 서독의 리넨 박사는 1964년 식초를 마시면 현대인의 문명병의 원흉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부신피질 호르몬을 촉진한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식초의 주성분인 초산과 구연산, 단백질, 각종 비타민 및 미네랄 등이 합작해 부신피질 호르몬을 만든다. 식초의 구연산은 피로 요소인 젖산의 발생을 방지하거나 해소하는 주동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 결과처럼 식초는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다양한 성분을 가지고 있다. 식초는 총 60여 종의 유기산이 들어있는 항산화제로 노화와 질병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파괴해 노화를 방지한다. 근육의 젖산을 분해해 배설시키고, 혈액순환은 물론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칼슘 같은 미네랄이 우리 몸에 잘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다. 식초는 산성이지만 몸속에서는 알칼리성으로 변화하는 특성이 있어 건강에 이롭다.

 

 

 

합성식초 vs. 발효식초
식초는 크게 합성식초와 발효식초로 구분한다. 합성식초는 빙초산으로 석유에서 인위적으로 분해, 합성해 만든 산도 99%의 강산이다. 합성된 강산이기 때문에 사용하기 위험하고 전문가가 아니면 다루지 않는 것이 좋다. 발효식초는 과일이나 쌀 등을 발효해서 만든 식초를 말한다. 우리가 가정에서 먹고 있는 것이 대부분 발효식초다. 발효식초는 두 번 발효 과정을 거친다. 첫 번째는 과일이나 쌀을 술로 만드는 알코올 발효 과정이 있다. 흔히 생각하는 사과주, 포도주, 막걸리 같은 것이다. 그다음은 술을 초산발효해서 식초를 만드는데 식초 원료에 따라 과실식초와 곡류식초로 구분한다. 곡류식초는 쌀, 현미, 보리와 같은 곡식을 발효해 만들어 각종 유기산과 함께 단백질에서 유래한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과실식초는 다양한 유기산을 가지고 있고 상큼한 맛과 향이 좋아 음료나 디저트 소스 등으로 즐기기에 좋다. 발효식초는 다시 주정식초와 순수발효식초로 나뉜다. 주정식초는 식초를 빨리 만들기 위해 이미 만들어진 알코올(주정·주요)을 발효해 만든다. 이와 반대로 순수발효식초는 곡물이나 과일 자체에서 온전히 발효해 만든다. 주정식초는 식초의 유기산 중 초산 비율이 높고, 순수발효식초는 초산 이외의 다양한 유기산-구연산, 사과산, 포도산 등이 골고루 섞여 있다. 요리용으로 쓰는 식초는 대부분 주정식초다. 음료로 쓰는 식초는 순수발효식초와 주정식초로 만든 것이 있으므로 구입할 때 살펴보아야 한다. 주정(주요)을 함유한 경우 제품뒷면 성분 표시에 ‘주정’이라는 단어가 표기되어 있다.

 

 

 

전통 방식의 프리미엄 식초가 인기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흔히 요리에 사용하는 조미식초는 에탄올(주정·주요)에 초산균을 넣어 하루나 이틀 만에 속성 발효한 ‘양조식초’나 석유에서 추출한 빙초산에 물을 첨가한 ‘합성식초’가 대부분이었다. 에탄올에 사과 농축액이나 현미 농축액을 소량 첨가해 발효한 ‘사과식초’나 ‘현미식초’도 양조식초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식초가 피로 해소, 노폐물 배출 등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요리에 사용하는 ‘조미식초’부터 물에 희석해 먹는 ‘마시는 식초’까지 다양한 종류의 식초가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식품업체들도 기존 주정식초 외에 자연발효식초, 프리미엄 식초 등을 선보이고 있다. 2005년 출시된 마시는 식초 ‘홍초’는 식초 열풍에 앞장섰다. 식초는 요리할 때 조미용으로만 쓸 뿐 물에 타서 음료처럼 마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던 시절, 건강에 좋은 식초를 아무 때나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홍초’는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매출이 급상승했다. 이후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요법 중 하나로 파인애플식초가 알려지면서 자연발효 주정식초 역시 주목받았다. 시판 제품뿐만 아니라 집에서 ‘파인애플식초 담그기’가 유행할 정도로 마시는 식초 열풍은 대단했다. 이는 한때 유행에 그치지 않고 건강 트렌드의 하나로 정착하고 있는 추세다. 2019년 백화점과 마켓컬리와 같은 모바일 푸드 마켓의 명절 선물 코너에서 눈길을 끈 것 중 하나가 프리미엄 발효 식초 세트다. 발사믹 식초와 같은 수입 식초는 물론 과일이나 곡물을 전통 방식으로 자연발효해 만든 술에 초산균을 넣어 3~10년간 숙성 제조한 식초는 건강을 위한 선물로 인기가 높았다. 우리나라 전통술을 제조 판매하는 국순당과 종가로부터 전수한 식초 제조법으로 가문의 식초를 만들고 있는 한애가가 대표적이다. 식품 기업들의 프리미엄 식초 역시 주목할 만하다. 오랜 시간 흑초를 연구해온 샘표에서는 100% 통알곡 생현미를 정통 항아리 제조방식으로 유명한 일본 가고시마현의 3단계 자연발효 공법으로 만들어 영양분이 더욱 풍부한 흑초를 상품화했다.

 

 

식초의 효능
피로 회복에 좋다
식초가 신맛이 나는 이유는 다양한 유기산 때문이다. 유기산은 피로의 원인인 유산을 분해하기 때문에 식초를 섭취하면 피로 해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식초를 당분과 함께 섭취할 경우 글리코겐이 보충되어 원기를 북돋우는 효과도 있다.


성인병 예방 및 나트륨 섭취를 줄여준다
소금 속 나트륨은 혈압을 높이고 고지혈증 같은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조리할 때 식초, 소금, 간장 순으로 양념하면 신맛 때문에 소금을 적게 넣게 된다.


소화 돕고 변비를 예방한다
식초의 신맛은 입맛이 돌게 하는 효과가 있어 위액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기 신경을 자극해 음식물의 소화, 흡수율을 높인다. 식초의 유기산은 장의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도와 장을 튼튼하게 하고 배변을 돕는다.


칼슘 흡수를 돕는다
식초에 들어있는 초산은 칼슘을 용해하는 효능이 있어 식품에 함유된 칼슘을 추출해낸다. 칼슘은 그 자체만으로는 몸에 흡수되기 어렵고 식초에 용해시키면 우리몸에 원활하게 흡수될 수 있다. 식초에 과실을 담가두면 그 속의 칼슘이 우러나므로 과실초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칼슘 부족을 예방할 수 있다.


혈당 상승을 억제한다
식초에는 혈당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능도 있다. 식초의 성분이 식사 후 위에 도달한 음식물이 흡수되는 시간을 지연시켜 소화 흡수가 느려지므로 혈당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과실초를 만들어두고 자주 마시면 자연히 비만이나 당뇨를 예방하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식초, 어떻게 먹을까?
식초를 보면 산도라는 것이 표기되어 있다. 신맛의 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4~5%, 6~7%, 12%의 2배 식초 그리고 요즘 마시는 용도로 산도 1~3%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식초는 산도에 따라 요리 특성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무침 요리는 국물이 적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신맛을 낼 수 있는 산도가 높은 식초를, 오이냉국이나 냉면과 같은 국물 있는 요리나 드레싱에는 산도가 낮은 식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마시는 용도로는 산도가 낮은 발효식초를 잘 희석해서 즐기는 것이 좋다. 마시기에 적절한 산도는 0.7~1%다. 시중에 나오는 마시는 식초는 산도가 1~3%로 다양하므로 물이나 주스, 우유, 과일을 섞어 산도 1% 이하로 낮춰 이용한다. 처음부터 너무 강한 식초를 마시기보다는 낮은 산도로 시작해서 점점 높여가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식초는 곁에 두고 습관처럼 이용하는 것이 생활 습관병을 다스리는데 가장 중요하다. 아침이나 공복에는 피하는 것이 좋고, 식후에 커피나 녹차 대신 후식 개념으로 마시면 소화에도 도움이 될뿐더러 위에도 부담이 덜하다. 위장 부담을 줄이려면 음식에 식초를 많이 넣어먹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식초의 하루 섭취량은, 일반식초를 기준으로 체중 1㎏당 0.5~0.8㎖가 적당하다. 체중이 70㎏인 성인기준으로는 35㎖(소주잔 1잔)를 하루 수차례 나눠 먹는 것이 좋다.

 

 

 

글 강부연 기자 사진 이종수 참고도서 <한상준의 식초예찬>(헬스레터), <식초·오일 수첩>(우듬지)
저작권자ⓒ ㈜조선뉴스프레스 여성조선 3월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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